2019년에 시작해 부산에서 책을 만드는 텍스트 프레스는 삶과 책의 거리를 좁히는 생활세계 출판사를 지향합니다. 일상 속에서 출판물의 형태로 여러 방식들을 실험하고, 한 권의 책이 만들어내는 여백과 움직임을 살피며, 자기만의 속도로 머물고 건너갈 수 있는 독서의 자리들을 만들어갑니다.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 한 예술가의 그림엽서일기 책이다. 1978년, 고등학생이었던 벌거숭이 호철님은 이중섭의 은지화 그림에 영감을 받아 그림일기를 그리기 시작한다. 손바닥만한 엽서에 여러 도구들을 이용해 삶의 순간에서 느꼈던 강렬한 기억과 감정을 그림으로 기록했고 그렇게 시작된 일기는 무려 18년이나 지속되어 삶의 순간들이 담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편집자 추천사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 예술가는 삶의 수많은 실패들 속에서 에너지를 발견하고 그것의 존엄성을 자기의 언어로 표현해 사람들을 위로한다. 이 책은 온몸으로 인생을 받아 안으면서 그 고통을 뱉어냈던 약 20년간의 기록이다. 누군가를 위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책이 분명히 아니지만, 내가 때때로 그랬듯이 <벌거숭이 호철님>이 특정 순간에 예상치 못하게 취약해진 스스로를 긍정하는 데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편으로 일기라는 기록 형식은 1인칭 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하면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나는 <벌거숭이 호철님>에서 시간과 감정을 붙잡아두는 기록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어제는 그렇게나 확실하고 강렬한 감정으로 썼던 일기 기록들이, 그것들을 바라보는 오늘의 나에게는 낯설거나 텅 빈 것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벌거숭이 호철님은 지금도 수십 년 전에 만든 엽서그림 일기를 보며 바로 그때의 정념을 그대로 호출한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칠 때, 나는 나만의 기록 방식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고민하게 된다. 보다 잘 살아지기 위해서.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도 엽서그림 일기로부터 많은 기록의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