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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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예술 출판사 에디토리얼 공간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2019년에 시작해 부산에서 책을 만드는 텍스트 프레스는 삶과 책의 거리를 좁히는 활동을 지향합니다. 인쇄물의 형태로, 출판의 행위로 삶과 우정의 방식들을 실험하고, 한 권의 책이 만들어내는 여백과 움직임을 살피며, 자기만의 속도로 머물고 건너갈 수 있는 독서의 자리들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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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OVER


153*250mm , 160쪽
윤보성 지음
정동규 디자인

(aaa 시인선 01)
2026년 6월 24일 발행

게임, 네트워크, 가상현실의 언어를 경유해
동시대 인간의 감각과 세계 인식을 탐구하는 형식주의 시집


형식주의 시인 윤보성의 신작 『GAME OVER』를 대안 시인선을 표방하는 <aaa>의 첫 번째 책으로 소개한다.

작가는 ‘로그라이크’, ‘보스 레이드’, ‘인스턴스 던전’ 등 게임 용어와 인터넷 문화, 기술적 상상력을 시의 구조로 끌어들여 반복·루프·퀘스트와 같은 게임 메커니즘을 시적 서사로 전환한다. 이 시집에서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게임 필드처럼 펼쳐지고, 인간은 플레이어이자 캐릭터로 등장한다. 현실과 가상, 인간과 기계, 자연과 알고리즘 사이의 경계는 끊임없이 교란되며, 시는 종말과 재시작이 반복되는 세계 속에서 인간 존재의 감각을 탐문한다.

작가와 타이포그래퍼의 공동 작업


『GAME OVER』에서 시인(윤보성)과 타이포그래퍼(정동규)는 2026년 1월부터 5월까지 공동 디자인 세션을 진행했다. 일반적인 출판의 과정처럼 시안을 메일로 주고받는 방식이 아니라, 작업실 테이블에 함께 앉아 디자인 프로그램을 함께 만지며 서로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책에 반영했다.

시와 시집의 밀도에 맞추어 텍스트의 흐름, 여백, 타이포그래피의 밀도와 배열을 하나의 시적 장치처럼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고, 정동을 공유하는 이 방식을 경유해 시인은 타이포그래피를 경험하고, 디자이너는 시적 감수성을 배웠다.


열린 구조의 대안 시인선, aaa


기획:1과 텍스트 프레스가 함께 시작하는 대안 시인선 시리즈다. 그렇지만, 해당 시인선의 제호는 두 출판사의 이름 안에 닫히지 않고 다른 제작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참여하며 함께 쌓아갈 수 있다. 각자만의 제스처를 지향하는 이들이 자율적으로 모일 수 있는 열린 시인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텍스트 프레스는 아방가르드(avantgarde), 아나키(anarchy), 자율성(autonomy)의 약어로 이 시인선을 다루지만, 기획:1 혹은 앞으로 시인선 세계관을 함께 구성할 이들의 견해는 다를 수 있다. 한편, 텍스트 프레스의 이름으로 발행하는 은 앞으로 각 시집의 텍스트에 적절한 책과 타이포그래피를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며, 매번 다른 시 앞에서, 책은 다시 처음부터 자신의 모습을 찾아갈 것이다.







    책에 관하여

    이 시집에서 화자는 게임이라는 현실, 현실이라는 게임에 관한 사변적인 망상을 전개한다. 동시에 “OVER”. 즉 “넘어섬”과 “끝”에 도달한 인간적인 정념과 신적 비전 속에서 화자, 곧 캐릭터는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지속되는 “시적랜더링”(117쪽)이 이미 끝나버린 세계를 변증적으로 구성하는 게임(가상)과 현실의 형식체계를, 모상과 이데아의 논리체계를 무화한다. 2인칭으로 명명된 화자는 “네가 왜 이 게임에 존재하는지 알아내는 게”(99쪽) 목표인 게임을 부단히 수행하며 “미래의 황홀경에 참여”(31쪽) 하기 위해 분열 중인 필드를 방황해 보지만 어둠에 휩싸인 지평선 앞에서 맞닥뜨린 “그 어디에도/가지 않은 길이 없는 세계”(34쪽)는 이미 결정된 현실성의 편린일 뿐이다. 게임은(동시에 시는) 자아를 망실하는 만큼 쾌락(또는 고통)을 획득하는 게임기계로 물화된다. (게임기계로써의 시집을 구성하는 각각의 시편은 타이포그래피라는 질료 덩어리를 가지고 놀며, 서로 간섭하고, 침범하며, 교착되고, 중첩되며, 끊어지고, 삭제된다.) “만능기계로 시 쓰는 사람을 뜻하는 게이머”(144쪽)는 시를 쓰듯 현실을 재창조하기 위해, “삶을 통틀어 한 번도 있어진 적 없는 초월에의 순간”(125쪽)에 귀의하기 위해, 현실의 물성과 게임의 영성을 뒤섞어 혼돈 이후의 종말을 완성한다. 마침내 게임은 종말의 모든 순간을 낱낱이 관조하고 감내하는 방식으로 삶을 사랑하기 위해 노동과 유희를 하나로 합성하고, 게이머는 죽음충동을 벗어나려는 존재의 탈자태적 운동을 사물에 부여하며 이데아를 향해 나아간다.
    책 속으로
    게임에 몰입할 땐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기분이 없어진단 게 참 좋아요 - 「둘을 위한 테니스」

    자칫 잘못하면 무대에 갇히게 된다죠 / 이미 전부 온라인 게임으로 해봤어요 / 죽으면 죽음의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 / 죽이지 않으면 거짓이 되살아난단 것 -  「사이코드라마」

    우주먼지는 어떤 시뮬레이션의 부산물 / 너희은하에서 흘러들어온 판도라 상자 / 태양의 흩어진 잠재력에 의한 종말실험 - 「헬로 월드」


    목차
    1막
    GAME OVER
    밀실음악
    가구음악
    아파트단지
    둘을 위한 테니스
    로그라이크
    다음판
    PC방
    온라인 친구들
    자유 게시판
    분재된 감정
    게임체인저
    보스 레이드
    심리게임
    인스턴스던전
    과자 도시
    파쿠르
    쇼룸
    여행자
    군락지
    추석
    고어
    고딕
    차경
    명경
    굿판
    본디지
    사일로
    사냥놀이
    달웅덩이

    2막
    보드게임
    화이트큐브
    사이코드라마
    치킨게임
    치트키
    아바타
    블랙박스
    샌드박스
    핀볼과 테트리스
    킬스크린
    데스캠
    키스매시
    글리치
    타임루프
    프록시 서버
    (응답 없음)
    잉태
    쉽게 쓰여진 SF詩
    마지막 패치
    지구탈출속도
    공세종말점
    카르만선
    신 게임이론
    아이겐그라우
    헬로 월드
    포인트 니모
    무덤궤도
    가상적국
    백룸
    GAME OVER

    시인의 말
    최초의 필드에서 나는 내게 부여된 역할을 애써 무시한 채 어떤 풍경을 바라본다. 아직 구현되지 않은 컴퓨터 그래픽 너머에 있을 나와 연결될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기다린다. 현실의 사물과 타자를 바라볼 때마다 게임 캐릭터가 떠오른다. 그들은 나의 심상을 잠식해 나의 화자가 되어준다. 편집증적인 운율은 삶을 게임에, 게임을 삶에 비유하는 건 결코 진부한 일도, 나약한 일도 아니라고 속삭인다. 나는 끝없이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머릿속으로 시를 쓰고 또 쓴다. 과거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나의 회고는 내가 아닌 것의 예언으로 귀결된다. 나는 끝에 도달해 끝장나거나 끝을 넘어서려 한다. 스스로를 시험하는 행위는 지극히 게임적이기에 모쪼록 시적이다. 검은 화면에 되비친 건 나의 얼굴이자 모두의 얼굴이다. 그러므로 시 쓰기는 게임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한에서만 완성되는 시가 있다. 이 시편은 무던히 지고 또 졌던 시절의 기록이다. 최후의 필드인 이 시집에 나는 등장하지 않아야 한다.


    디자이너의 말 (작업에 앞서)
    시 언어가 이미지 단위로 전락하지 않는 수준에서 추상성을 획득하고, 파라텍스트를 어느정도는 동일한 권력을 가지고 발화하는 목소리로 취급하면서 그들에게 약간의 긴장감을 부여해볼 때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그럼으로써 읽기와 보기 사이의 타이포그래피가 구현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이번 시집의 목표가 될 것이다.

    소련의 스티호그램 타이포그래피나 20세기 중반 구체시들이 권력의 문자를 너무 반복한 끝에 명료하게 전달되는 정치적 구호를 불투명하게 하거나, 문법적 형태를 미묘하게 변화시키며 스스로를 이미지적인 잔해로 분해하는 효과를 창출해내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책’과 '시'라는 형식 그 자체 속에서 텍스트에게 절충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일이 이번의 아방가르드 실천에 있어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조금 더 텍스트가 자연스럽게 상호부조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면...



    작가 소개
    윤보성. 2017년 <시인수첩>으로 등단했고, 시집 『망현실주의 선언』, 『비/탈인간공동체』을 냈다. 만성피로 창작집단 <내나>의 멤버로 소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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